
낡은 교탁에 커피향이 스며들던 날,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한때 아이들의 책가방 소리와 종이 울리는 소리로 가득하던 공간이 있다. 벽에 붙은 반장 선거 포스터, 칠판 위에 남은 ‘수학 숙제’라는 분필 글씨, 운동장 끝자락에 흔들리는 오래된 태극기. 그곳은, 오랫동안 멈춰 있던 시간의 박제된 공간이었다. 사람들이 떠난 교실은 조용했고, 창문 밖으로는 잡초만 무성하게 자랐다. 그러나 어느 날, 낡은 창틀 사이로 에티오피아 모카의 향이 피어올랐다. 교탁은 바리스타의 작업대로 바뀌었고, 칠판 위에는 오늘의 원두와 메뉴가 적혔다. 가방 대신 노트북을 들고 들어온 사람들은 교실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사색을 했다. 교정의 풍경은 변하지 않았지만, 공간의 쓰임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폐교가 감성 카페로 재탄생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