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를 매입해 창업한 사람들
폐교, 사업가들에게 기회의 공간이 되다
도시 집중화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전국의 수많은 학교가 문을 닫고 있다. 1980~2000년대에 지어진 시골의 초·중등학교 중 다수는 지금도 사용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거나 창고처럼 쓰이고 있다. 과거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운동장은 잡초로 뒤덮이고, 교실에는 먼지만이 쌓여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폐교를 ‘버려진 공간’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의 장소로 본 이들이 있다.
바로 실제로 폐교를 매입하거나 임차해 창업에 나선 사람들이다. 이들은 공간이 갖는 지역성, 역사성, 물리적 넓이를 그대로 사업 아이템에 녹여냈고, 기존 도심에서는 시도할 수 없었던 창의적인 실험을 감행했다. 학교라는 공간의 특성과 잔재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전혀 다른 기능과 스토리로 재구성한 그들의 사례는 단순한 창업 성공기가 아니라, 하나의 지역 회복 모델로도 충분히 읽힐 수 있다. 지금부터는 그 실제 사례 세 가지를 통해 그 가능성과 과정을 함께 들여다본다.
전북 임실, 예술가가 만든 폐교 레지던시 – 금암예술창작소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의 외곽에는 2009년 폐교된 금암초등학교가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이 학교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은 서울에서 활동하던 30대 초반의 청년 화가 김도현 씨다. 그는 도심에서의 작업실 확보와 비용 문제로 한계를 느끼던 중, 지역 예술인 교류 행사에서 우연히 폐교 활용 프로젝트를 접하게 되었다. 이후 그는 직접 임실군청과 교육청에 문의하고 현장을 수차례 방문한 끝에 폐교 임대 계약을 맺었다. 가장 먼저 바꾼 것은 교실의 벽과 바닥이었다. 낡은 장판은 걷어내고 나무 합판으로 정갈하게 마감했으며, 벽은 원래 있던 칠판을 그대로 남겨두고 흰색 도장으로 마무리했다. 이 공간은 이제 그의 개인 작업실이자 전시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복도와 빈 교실 한 칸은 외부 예술가들을 위한 단기 레지던시 공간으로 제공되며,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예술 수업도 매달 열리고 있다. 김 작가는 “예술가에게 필요한 건 화려한 도시가 아니라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라고 말하며, 폐교는 그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준다고 이야기한다. 현재 이 공간은 지역 내 청년 문화 거점으로 자리잡으며, 정기적인 전시회와 오픈스튜디오 행사를 통해 외부와의 소통도 이어가고 있다.
강원도 홍천, 학교급식 콘셉트 식당 ‘점심은 학교에서’
폐교 창업의 또 다른 사례는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의 구 내촌초등학교에서 볼 수 있다. 이 학교는 2006년 폐교된 후 15년간 별다른 활용 없이 비어 있었지만, 2021년 서울에서 내려온 부부가 이곳을 임대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두 사람은 과거 도시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했으나, 치열한 경쟁과 고정비 부담에 지쳐 보다 창의적인 외식 공간을 고민하던 중 이 폐교를 발견했다. 이들은 ‘급식’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점심은 학교에서’라는 이름의 식당을 오픈했다. 교실 두 칸을 식당으로 개조했으며, 한 칸은 주방과 조리실로, 다른 한 칸은 좌석이 마련된 급식실로 구성되었다. 방문객은 실제 학교 식판에 음식이 제공되고, 작은 나무의자에 앉아 식사를 하게 된다. 메뉴는 옛날 미트볼, 카레, 김치볶음, 단무지 등 실제 초등학교 급식을 재해석한 형태다. 벽에는 80~90년대 졸업사진과 교사들이 남긴 흑백 사진들이 장식되어 있어, 식사와 동시에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SNS에서 ‘급식 플레이팅’이 화제가 되며 젊은 고객층의 방문이 이어졌고, 지역 주민들도 반가운 마음으로 자주 찾는 공간이 되었다. 운영자 부부는 “사람들이 단지 밥을 먹는 게 아니라, 학창시절의 기억을 경험하러 온다는 게 가장 큰 의미”라고 말한다.
경남 거창, 교실을 객실로 바꾼 로컬 숙박업 – 슬로우 스쿨 하우스
경상남도 거창군 가조면의 한적한 마을에 위치한 구 용암초등학교는 2010년에 폐교된 이후 줄곧 방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2022년, 호텔리어 출신의 청년 이승환 씨가 이 건물을 매입하며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그는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서 10년 넘게 근무했지만, 하루하루 반복되는 삶과 고객 응대에 지쳐 있던 차에 우연히 교육청 홈페이지에서 이 폐교의 매각 공고를 발견했다. 수차례 방문을 거친 뒤 건물 매입과 리모델링을 결심했고, 약 1억 5천만 원의 비용을 들여 ‘슬로우 스쿨 하우스’라는 이름의 숙소를 오픈했다. 기존 교실 구조를 최대한 유지하며 벽체를 보강하고, 교탁은 그대로 살려 침대 헤드로 활용했으며, 칠판은 그대로 남겨 방문객이 메시지를 남길 수 있도록 했다. 강당은 다이닝 공간과 세미나실로 활용되며, 운동장은 소규모 캠핑과 불멍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숙박은 1일 최대 8명까지만 받고 있으며, 책 읽기, 산책, 목공 체험 등을 포함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행’을 제공한다. 그는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출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며, “학교는 누군가의 시작점이었기에 이 공간도 새로운 삶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공간은 느림과 고요를 찾는 이들에게 입소문이 퍼지며 예약이 조기에 마감되는 일이 잦다. 시골은 무엇인가? 시골은 힐링의 대명사이며, 슬로우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의 지친 생활에서 일상탈출과 일탈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아주 좋은 여가활동을 제공하였고 게다가 트렌드인 캠핑을 접목 함으로써 일석이조의 상당히 성공의 수요가 높았고 폐교를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탈바꿈 시킨 좋은 케이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