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폐교된 운동장 위의 드론 농업 – 혁신은 버려진 곳에서 시작된다

meat-mandu 2025. 7. 16. 09:23

잡초만 자라던 폐교 운동장에서 ‘기술’이 날아오르기까지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가 폐교된 지 20년이 지났다. 운동장은 풀로 뒤덮였고, 녹슨 철봉과 무너진 농구 골대만이 당시의 흔적을 말없이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적막한 공간 위에 지금은 드론이 날고 있다. 사람이 떠난 교정에 기술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기술은 농업이라는 오래된 산업을 다시 새롭게 만들고 있다.

 

잡초만 자라던 폐교 운동장에서 기술이 날아오르기까지

 

드론 농업은 최근 몇 년 사이 주목받고 있는 신기술이다. 자동화된 비행장비가 농약을 살포하고, 생육 상태를 분석하며, 농작물의 생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이 혁신이 이뤄지는 장소가 하필 폐교였다는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사람이 사라진 땅에서 가능성을 찾은 이들은 도시가 아닌 시골을 선택했다. 사용되지 않는 운동장은 드론 비행 연습에 최적화된 넓은 평지였고, 전기와 건물 인프라도 그대로 남아 있어 기술 기반 실험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지금, 그 폐교의 운동장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아이들의 발자국은 사라졌지만, 데이터와 기술의 발자국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청년들이 돌아온 이유 – 폐교가 실험실이 되다

이 드론 농업 실험은 청년 창업팀 한 팀에서 시작되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귀향한 20대 후반의 세 명은, 농촌의 고령화와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고민했다. 그들은 우연히 고향 근처에 방치된 폐교 운동장을 발견했고, 그 공간을 ‘스마트팜 기술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기로 결심했다. 폐교의 옛 교무실은 이들의 연구소가 되었고, 교실 하나는 드론 정비소로 바뀌었다. 운동장은 실제 비행 시뮬레이션 공간으로 쓰였다. 이들은 드론을 통해 농약 살포 실험을 하면서도, AI 기반 작황 예측 모델까지 함께 연구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실험이 ‘현실의 문제 해결’을 중심에 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기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농민들의 노동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술을 설계했다. 그 결과, 인근 마을의 고령 농민들이 이들의 기술을 실제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지역 사회 전체에 새로운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폐교는 더 이상 방치된 장소가 아니라, 지방의 미래를 설계하는 기술 실험장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사라진 것들’이 남긴 인프라, 가능성으로 되살아나다

폐교는 보통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기억된다. 그러나 이 청년들은 그것을 ‘미래 실험을 위한 인프라’로 재해석했다. 폐교 부지에는 이미 전기와 수도, 광케이블까지 설치돼 있었다. 그것은 일반 농지에는 없는 결정적 강점이었다. 이들은 폐교 내 네트워크 회선을 활용해 24시간 드론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IoT 센서를 설치하여 운동장 토양의 습도와 기온을 실시간으로 측정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분석은 오차를 줄였고, 농업 생산성은 꾸준히 향상됐다. 또한, 교실은 디지털 교육 공간으로 개조되어 마을 주민들에게 기술 교육을 제공하는 센터로도 활용되었다. 어떤 마을 어르신은 손주와 화상통화를 배우기 위해 이곳을 찾았고, 또 다른 주민은 드론 조종 교육을 받았다. 결국 이 폐교는 단순한 농업 실험장을 넘어 지역 전체의 교육 거점이 되었으며, 사람과 기술,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게 되었다. 폐허처럼 보였던 공간은, 사실 가장 준비된 혁신의 공간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제서야 깨닫고 있다.

 

 

지방 소멸의 해답은 폐교 운동장 위에서 떠오른다

한국은 현재 심각한 지방 소멸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학교는 사라지고, 마을은 늙어가며, 청년들은 도시로만 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드론 농업 실험처럼, ‘버려진 것’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낸 사례는 희망의 증거다. 폐교는 분명 사라진 교육의 흔적이지만, 동시에 버려진 자산이기도 하다. 이 자산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면, 지역에 다시 사람이 모일 수 있다. 기술은 단지 농업을 편하게 만들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청년이 돌아오게 만들고, 주민이 참여하게 하며, 커뮤니티를 재활성화하는 매개체다. 드론이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날아가는 순간, 우리는 미래를 본다. 그 미래는 번쩍이는 도시의 마천루가 아니라, 풀 향기 가득한 운동장 위에 떠 있는 작은 기술에서 시작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수많은 폐교가 조용히 방치되어 있다. 하지만 그 폐허 위에서, 또 다른 청년들이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면 어떨까? 지방 소멸이라는 절망적 키워드 속에서 우리가 붙잡아야 할 건 ‘기억’이 아니라 ‘전환’이다. 그리고 그 전환의 출발선은, 놀랍게도 운동장 한가운데 펼쳐진 드론의 비행선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