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주변 길고양이 서열 분석 리포트

폐교에서 벌어진 생존을 둘러싼 조용한 전쟁 

사람의 손길이 사라진 폐교 주변에 또 다른 사회가 형성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고양이들의 서열 사회다. 누가 먼저 밥을 먹고, 누가 그림자 속에서 지켜보며, 어떤 고양이가 영역의 경계를 설정하는지. 이 모든 것은 단순한 유기묘들의 무리지음이 아닌, 하나의 복잡한 생태적 구조이자 ‘마이크로 사회 시스템’이다. 폐교는 도시 또는 준도시 외곽에 존재하는 특수 공간으로, 조용히 방치되었지만 일정한 구조와 환경이 보존되어 있어 다양한 생명체들의 실험장이 된다. 특히 사람의 간섭이 줄어든 이 공간은 도시 야생 생물의 행동 양식을 분석하는 데 최적화된 자연 실험실로 기능한다.

 

 

그 중에서도 길고양이의 행동 패턴과 서열 체계는 가장 민감하면서도 정교하게 관찰할 수 있는 연구 대상이다. 길고양이는 야생성과 사회성이 혼합된 독특한 생명체다. 도시에서는 단순히 쓰레기통 근처의 존재로 인식되지만, 사실 그들의 세계는 서열과 규칙, 신호와 경고로 촘촘하게 짜여 있다. 특히 폐교 주변에서는 외부의 간섭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고양이 사회의 구조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 글에서는 전국의 폐교 중 5곳을 중심으로 실제 관찰된 길고양이의 서열 행동과 공간 점유 양식, 행동패턴 등을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유기동물의 자율 생존 생태계가 사회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다룬다.

 

 

폐교 주변은 어떻게 길고양이의 서식지가 되는가?

폐교는 길고양이에게 있어 매우 안정적인 서식지다. 첫째, 사람이 없고 조용하다. 도시의 경우 고양이들이 종종 차량 소음, 사람의 접근, 포획 위협에 시달리는데 폐교 주변은 이러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둘째, 구조적 은신처가 풍부하다. 교실, 창고, 난방실, 사물함, 심지어는 운동장의 철제 평상 아래까지도 고양이에게는 완벽한 피난처가 된다. 셋째, 일정한 음식 공급 가능성이 존재한다. 지역 주민이 가끔 사료를 주거나, 폐교 내 식물생태계에 따라 곤충, 설치류 등 작은 먹잇감이 존재한다.

또한 폐교는 일정한 구획으로 나뉘어 있어 고양이의 ‘영역 분할’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실제 관찰 결과에 따르면, 고양이들은 운동장, 급식실 뒤편, 교실 창틀, 외곽 울타리, 옥상 등 물리적 공간을 중심으로 서열 분포를 갖는다. 영역 내 특정 고양이는 그 구역에 대한 ‘우선 사용권’을 갖고 있으며, 다른 고양이는 일정 거리를 두고 경계 행동을 보인다. 특히 급식실 뒤편은 가장 상위 개체가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그 근처는 새끼 고양이의 은신처로도 자주 활용되었다.

폐교라는 환경은 이러한 고양이들의 ‘사회적 배열’을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좋은 무대다. 도심에서는 관찰이 어려운 은밀한 행동—예를 들어 꼬리 흔들기의 각도, 기지개 타이밍, 그루밍 위치 변화 등—이 폐교에서는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고양이 사회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단순히 ‘혼자 사는 동물’이 아니라, 느슨하지만 확실한 규칙과 신호 체계를 가진 공동체적 성향을 보여준다.

 

 

고양이 서열의 구조: 눈빛 한 번, 꼬리 한 번으로 정해지는 위계

폐교 내 고양이 집단에서는 물리적 충돌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서열은 시선 교환, 자세 유지, 위치 점유 방식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두 마리의 고양이가 같은 공간에 있을 때, 고개를 돌리는 속도와 꼬리의 각도, 귀의 방향만으로 서열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관찰 사례에서는, 교실 창틀에 앉아 있는 고양이 A가 교무실 문 앞에 누운 고양이 B를 응시했을 때, B가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이동하는 행동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자리 이동이 아니라 무언의 위계 인정 행위다.

상위 고양이는 ‘움직이지 않음’으로 자신의 위상을 지킨다. 하위 고양이는 항상 먼저 움직이고, 먼저 그루밍하며, 먼저 자리를 비운다. 급식실 뒤 공간은 일반적으로 집단 내 가장 건강하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고양이가 차지하며, 그 주변의 식물 더미는 새끼 고양이들과 젊은 개체들이 밀집해 있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는 거의 매 계절 유지되며, 서열은 체력과 연령, 그리고 개체 간의 경험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한다.

흥미로운 점은 암컷 고양이의 서열 형성이 수컷보다 느슨하다는 것이다. 수컷 고양이들은 영역 중심의 배타적 구조를 갖는 반면, 암컷들은 유연한 소규모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새끼 보호와 협력적인 그루밍 행동을 자주 보인다. 이는 마치 인간 사회의 리더십 구조가 성별에 따라 성향이 다르듯, 고양이 사회도 생물학적 성향에 따라 서열 형성 방식이 달라진다는 중요한 생태적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폐교별 실제 사례 분석: 지역별 고양이 사회의 차이

🔸 사례 1: 강원도 평창 H초등학교 폐교

이 폐교는 해발 450m 산중에 위치해 있으며, 외부 간섭이 거의 없는 지역이었다. 관찰된 고양이는 총 12마리로, 이 중 4마리는 암컷, 3마리는 새끼 고양이, 5마리는 수컷 성묘였다. 눈에 띄는 특징은 폐교 중심의 강당 무대 아래가 핵심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이곳은 체온 유지와 먹이 보관이 용이한 구조였으며, 가장 상위 개체가 이곳을 점유하고 있었다.

🔸 사례 2: 충남 논산 S중학교 폐교

주거지와 인접해 있고, 주민들이 간헐적으로 사료를 공급하는 지역이다. 총 9마리의 고양이가 관찰되었으며, 이 중 절반이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낮았다. 이 지역에서는 고양이 간의 서열보다 고양이-인간 관계의 민감도가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으며, 사료 급식 장소 주변의 행동 경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 사례 3: 전북 고창 K초교 폐교

이 지역은 폐교 외곽에 밭과 하천이 인접해 있어 고양이+야생동물 간의 간섭도 관찰되었다. 뱀과의 충돌 흔적, 들쥐 사냥 흔적 등이 운동장에 남아 있었으며, 고양이의 행동 패턴이 주야간 뚜렷하게 갈리는 이중 리듬 구조를 보였다. 서열은 운동장 중심보다 폐교 옥상 쪽으로 이동했으며, 이는 포식자 회피 행동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사례들은 고양이 사회가 단일한 구조가 아니라, 환경과 사람, 계절, 주변 생태계의 영향에 따라 매우 다르게 형성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폐교는 그 자체로 '고정된 구조'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고양이들의 삶은 언제나 '유동적 구조'다.

 

 

폐교 고양이 사회의 의미: 생태, 교육, 콘텐츠의 교차점

폐교에 정착한 길고양이들의 사회는 단순한 동물 생존기가 아니다. 이는 ‘도시 야생화’의 한 축이자, 사람이 만든 공간이 다시 자연에게로 되돌아가는 순환의 표본이다. 우리는 이 고양이들의 행동을 통해 폐교라는 공간이 어떻게 자연에게 점령당하고 재해석되는지를 목격하게 된다. 동시에 이것은 교육적, 생태학적, 그리고 콘텐츠 산업적으로도 매우 가치 있는 주제다.

첫째, 교육 콘텐츠로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생태 행동 관찰 수업, 고양이 행동 분석 리포트 작성 과제, 도시 생태계의 구조적 관찰 프로그램 등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둘째, 디지털 콘텐츠화가 가능하다. 폐교 고양이의 하루를 타임랩스로 기록하거나, 서열 구조를 데이터 시각화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면 정보와 감성이 결합된 고품질 콘텐츠가 탄생한다.
셋째, 사회적 메시지 전달 도구가 된다. 유기동물 문제, 생태 복원 문제, 공공 공간 활용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연결되어 사회적 가치까지 전달할 수 있다.

폐교의 고양이 사회는 우리가 잊고 있던 질문을 던진다. ‘사람이 없는 공간은 과연 텅 빈 것인가?’ 이 글을 통해 그 대답은 분명해진다. 아니다. 그곳에는 누군가의 삶, 규칙, 사회가 조용히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조용한 생명의 존엄을 포착하고 기록하는 이 콘텐츠는, 단순한 글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태 기록이자, 공공 지식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