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엔 없는 진짜 축제, 시골 마을의 작은 잔치에 다녀오다
사람들은 축제를 이야기할 때 보통 도시에서 열리는 대규모 행사나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공연 중심의 장면을 떠올린다. 하지만 전국 곳곳의 시골 마을에서는 여전히 아주 작고 조용하지만, 따뜻하고 정겨운 동네 축제가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이 축제들은 TV에도 나오지 않고, SNS에도 거의 올라오지 않으며, 외부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고유의 문화 행사로 남아 있다. 그런 만큼 단순히 관광객을 위한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닌, 마을 주민들의 삶과 연결된 진짜 잔치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행사들은 농번기 이후의 감사제, 전통 세시풍속을 이어가는 의미, 혹은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위로의 자리로 열리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최근 충청도 시골 마을에서 열린 한 조촐한 축제에 직접 참여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겪은 감정은 어떤 대규모 문화행사보다 더 진하게 마음에 남았다. 이제 그 특별한 체험을 자세히 풀어보려 한다.
충북 괴산 ‘고추 마을잔치’에서 만난 사람들
지난 9월, 충북 괴산군의 한 고추 생산 마을에서 열린 ‘고추 마을잔치’는 마을회관 앞 마당에서 열린 아주 소박한 행사였다. 입간판 하나 없이 펼쳐진 이 축제는 마을 주민 약 50여 명과 몇몇 외부 방문객들이 어울려 함께 고추 수확을 기념하는 의미로 열린 자리였다. 행사는 마을 청년회가 주도했으며, 시작은 주민 어르신들의 고추 밟기 체험으로 문을 열었다. 붉게 익은 고추를 마당에 넓게 펼쳐 놓고, 맨발로 밟으며 웃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이어서 이어진 막걸리 잔과 잔치국수, 마을 부녀회의 정성스러운 반찬은 도시에선 맛볼 수 없는 순수한 맛이었다. 마이크를 들고 사투리로 사회를 보던 마을 청년의 유쾌한 말솜씨는 분위기를 훈훈하게 달궜다. 특별한 무대도, 유명한 가수도 없었지만 그곳에는 사람들의 정과 땀이 그대로 담겨 있었고, 나는 오랜만에 공동체라는 단어를 실감하게 되었다.
전남 곡성 ‘풍물경연대회’에서 느낀 전통의 에너지
전라남도 곡성군의 한 작은 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3월 초순, 마을별로 전통 풍물패가 모여 벌이는 작은 ‘풍물 경연대회’가 열린다. 이 행사는 지역 농촌 문화의 맥을 잇는 대표적 전통 행사로, 곡성의 각 면 단위 마을에서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형식이다. 내가 찾았던 경연대회는 곡성 오산면에서 열린 것으로, 평소 마을 어르신들이 운영하던 풍물반이 그날을 위해 수개월간 연습을 거쳤다고 한다. 행사는 마을 운동장에서 진행됐고, 참가자 대부분은 지역 주민이었다. 삼삼오오 모여 풍물놀이가 시작되면, 꽹과리와 북 소리가 산속 깊은 곳까지 울려 퍼졌고, 흥에 겨운 어르신들은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경연이라기보다 ‘우리끼리 즐기는 놀이판’에 가까웠으며, 중간중간에는 마을 아낙네들의 민요 공연, 손수 만든 떡 나눔, 어린이들의 작은 장기자랑도 이어졌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누군가를 위한 행사라기보다는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자리라는 점이었다. 그날 나는 ‘축제’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다시 배우게 됐다.
강원도 정선 ‘폐교에서 열린 연극마당’ 체험기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의 한 폐교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주도하는 ‘연극마당’이 해마다 가을마다 열리고 있다. 이 행사는 과거 폐교된 고한초등학교 분교장을 활용해 열리는 마을 자체 연극 행사로, 마을 극단과 지역 중학생들, 그리고 주민들이 함께 출연하는 공연이다. 내가 참여한 해에는 <우리 마을 이야기>라는 제목의 연극이 무대에 올랐다. 연극은 고한의 탄광 역사와 마을의 변화, 그리고 떠나는 사람들과 남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고, 배경은 교실과 복도, 운동장을 무대로 자연스럽게 연출되었다. 관람객은 마을 주민과 외부 방문객이 뒤섞여 교실 의자에 앉아 공연을 관람했다. 조명이 부족한 대신 자연광을 활용했고, 효과음은 주민이 직접 만든 악기로 대신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배우와 관객이 운동장에서 나눠 먹는 감자전과 막걸리가 마을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 축제는 무대와 관객의 경계가 없다는 점, 그리고 ‘프로가 아닌 이들이 만든 작품이 왜 이토록 감동적인지’를 생각하게 만든 특별한 경험이었다.
작지만 오래 남는 시골 축제의 가치
지금까지 경험했던 시골 축제들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고,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사람이 있고 관계가 있고, 이야기와 기억이 남아 있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의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와, 오래된 풍경 속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공동체의 온기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 축제들은 ‘누구를 위해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축복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진정성이 있었다. 대규모 홍보 없이도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모였고, 무대 없이도 모두가 즐겼으며, 마을의 아이와 어르신이 한 자리에 어울릴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시골 마을 축제들이 사라지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 외지인으로서 나는 그 안에 잠시 머물렀지만, 그들이 나눠준 따뜻한 마음은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축제는 결국 사람을 중심에 둔 시간이었다. 점점 소멸해가고 없어지는 지방 소도시에서 폐교를 리모델링 하여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시키고 축제를 열어 관광객을 유치하면 지역 경제 발전을 도모할수 있고, 일본의 소도시의 강점인 각 지방 마다의 특색을 잘 살려서 관광화 한 사업의 성공과 같이 폐교를 통한 하나의 새로운 강점과 특색을 만들고 관광화로 또 하나의 관광수익을 기대해 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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