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교라는 ‘버려진 장소’에 주목한 이유 내가 처음 이 폐교를 찾았을 때, 건물은 조용했고 운동장에는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위치는 충청북도 보은군의 한 외곽 마을로, 1997년에 폐교된 초등학교였다. 주변에는 논과 밭이 펼쳐져 있었고, 마을 주민 대부분이 70대 이상이었다. 도시 기준으로 보면 개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방문했다. 그런데 건물 구조가 매우 튼튼했고, 2층 건물에 총 6개 교실이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운동장이 넓고 남향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당시 나는 지역문화 기획자로 일하면서 ‘지방 문화 불균형’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도시에 집중된 문화 자원을 지방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거점 공간이 필요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