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나는 왜 폐교를 선택했나? 공유공간 창업 도전기

meat-mandu 2025. 6. 28. 14:40

시작은 한 통의 문자였다

내가 폐교를 처음 알게 된 건 한 통의 문자 메시지 때문이었다. 어느 날, 지역 알림 문자로 “○○읍 폐교 매입 희망자 모집”이라는 내용이 도착했다. 평소라면 무심코 넘겼을 메시지였지만, 그날 따라 문구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나는 당시에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었고, 도심의 협소한 오피스에 지쳐 있던 참이었다.

 

나는 왜 폐교를 선택했나 공유공간 창업

 

문득 '내 공간을 직접 만들어 운영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나 독서 모임, 워크숍을 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단순한 수익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장소가 되는 공간. 그런 공간에 대한 갈증이 내게는 오래 전부터 쌓여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저렴한 임대료 때문이었다. 시골 폐교는 도심의 상가보다 훨씬 저렴했고, 일정 기간 리모델링 조건을 충족하면 무상 임대도 가능했다. 하지만 점차 내가 끌렸던 건 ‘공간 그 자체의 감성’이었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사라진 오래된 복도, 낡은 책걸상, 벽에 붙은 옛 포스터들. 그 공간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시간의 기억이 머문 장소였다. 그리고 나는 그 기억을 오늘의 이야기로 바꿔보고 싶었다.

 

 

폐교를 선택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

사람들은 흔히 창업이라고 하면 시내 중심가나 번화가, 혹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외진 곳’을 선택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첫째, 유지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폐교는 기본적으로 토지와 건물 면적이 넓고, 대부분 지방자치단체 소유라 장기 임대가 가능하다. 초기 비용을 최소화하고 싶었던 나에게는 큰 장점이었다.

둘째, 내가 꿈꾸던 공간이 ‘조용하고 집중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시끄럽고 바쁜 상업지구보다는, 자연과 가까운 공간에서 사람들과 깊이 연결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다. 마을 주민, 여행객, 지역 창작자들이 편하게 드나드는 그런 공간 말이다.

셋째,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폐교는 단순히 버려진 공간이 아니다. 그곳엔 누군가의 학창 시절이 있고, 마을의 역사가 남아 있다. 나는 그런 기억을 지우는 대신, ‘다시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재해석하고 싶었다. 공간의 과거를 존중하면서 현재와 연결시키는 작업은 단순한 인테리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마지막으로,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폐교를 공유공간으로 바꾸는 사례는 국내에 아직 많지 않다. 그만큼 관심과 이야기거리가 생기고, 미디어나 커뮤니티를 통해 자연스럽게 홍보가 가능했다. 나는 경쟁보다 존재감을 원했고, 폐교는 그 해답을 안고 있었다.

 

 

리모델링부터 첫 개방까지의 여정

공간을 얻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상상’을 그리는 일이었다. 내가 만들 공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가 이곳을 오갈지,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를 매일 생각했다. 하지만 상상과 현실은 달랐다. 폐교는 기본 인프라가 전무했고, 물·전기·난방까지 모두 끊긴 상태였다. 건물 자체는 튼튼했지만, 곳곳에 물이 샜고 벽체는 곰팡이로 가득했다.

나는 처음부터 전문가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않기로 했다. 예산도 부족했고, 무엇보다 공간과 직접 부딪혀보며 배워가고 싶었다. 지역 인테리어 업체를 선정하고, 공사 전 과정을 내가 총괄했다. 기존 교실은 용도에 따라 카페형 라운지, 워크숍 룸, 북토크 공간 등으로 나눴다. 복도에는 전시가 가능한 미니 갤러리도 조성했다.

공사 도중에도 수많은 고민이 있었다. 내부를 전면 리모델링할 것인지, 기존을 유지할 것인지. 나는 가능한 한 ‘옛 것’을 남기는 쪽을 택했다. 옛 칠판, 나무 창틀, 교무실 표지판은 그대로 활용했고, 색 바랜 운동장도 되살리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이 공간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장치’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첫 개방 날, 나는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간을 찾아왔다. 마을 주민들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고, 여행자들은 ‘이런 공간이 있는 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그날 나는 확신했다. 이 공간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을 흔드는 공간이라는 것을.

 

 

폐교 창업의 진짜 의미와 앞으로의 목표

공유공간 창업은 단순히 책상과 의자를 놓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기회를 설계하는 작업’이다. 나는 폐교를 선택함으로써 단순한 창업자가 아닌 ‘기억의 재구성자’가 되었다.

이 공간은 수익성만으로 따질 수 없다. 물론 대관료나 프로그램 운영으로 일정 수익은 나지만, 가장 큰 가치는 ‘사회적 관계’에서 나온다. 마을 어르신이 와서 손자 얘기를 꺼내고, 청년들이 조용히 글을 쓰며 커피를 마시고, 여행객이 잠시 머물다 가는 그 시간들이 이 공간을 살아 있게 만든다.

나는 앞으로 이 공간을 단지 유지하는 것을 넘어서, 지역 자원을 연결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는 허브로 발전시키고 싶다. 예를 들어 마을 농산물과 연계한 쿠킹클래스, 청년 창작자를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 그리고 지역 스토리를 기록하는 미디어 프로젝트도 생각하고 있다.

폐교를 선택한 건 ‘싸서’가 아니다. 내가 원했던 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기억과 미래가 함께 숨 쉬는 공간이었다. 나는 그 꿈을 지금 이 공간에서 조금씩 실현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낡은 폐교일지 몰라도, 나에겐 이곳이 가장 진심을 담은 창업이자, 인생의 터전이다. 남들에게는 아무 쓸모 없는 그런 공간의 폐교였지만 이 폐교를 공유공간으로 탈바꿈 함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유용하고 쓸모가 있는 공간이 되었고 공유공간 창업을 통하여 인생의 쓸모 있는 창업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