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폐교를 보면 낡고 버려진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 공간에서 가능성을 보았다. 폐교는 단순히 학습 공간의 끝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중심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몇 년 전, 인적 드문 시골 마을에서 우연히 한 폐교를 발견했다. 건물 외관은 낡았지만, 구조는 튼튼했고 마당은 꽤 넓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여기를 공유 공간으로 바꾸면 어떨까?”였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행정, 예산, 지역 사회와의 소통, 공사 진행 등 복합적인 과제가 얽혀 있었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을 하나씩 배워가며 직접 실행에 옮겼고, 오늘 이 글을 통해 그 경험을 세세히 공유하려고 한다. 이 글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시행착오와 현실적인 어려움, 예상 못 한 변수들까지 모두 담았다. 누군가가 폐교 리모델링을 고민 중이라면, 이 체험기가 실제적인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폐교 선정과 리모델링 시작 전 단계
폐교를 공유공간으로 전환하려면 가장 먼저 해당 건물의 법적 소유주를 파악해야 한다. 내가 처음 눈여겨본 폐교는 시 소유였다. 나는 해당 시청의 교육지원과를 통해 시설 현황, 사용 조건, 임대 가능성 등을 문의했다. 초반에는 응답이 느렸고 담당자도 여러 차례 바뀌어 커뮤니케이션에 시간이 걸렸다.
폐교 사용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매입이고, 다른 하나는 장기 임대다. 나는 예산 문제로 ‘10년 무상 임대 후 리모델링 조건부 사용’이라는 계약을 선택했다. 계약이 체결된 후에도 실제 사용 승인을 받기 위해 용도변경 허가, 안전진단, 소방 검사 등을 받아야 했다. 이 단계에서 건축사와 행정 대행사를 섭외했으며, 준비에만 두 달이 걸렸다.
특히 전기와 수도는 대부분 끊겨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기본 설비를 새로 구축해야 했다. 이 작업은 비용보다도 시간이 많이 드는 부분이었다. 전문가 없이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었고, 지역 업체와 협업해 차근차근 준비했다. 이때 배운 것은, ‘공간을 바꾸기 전에는 반드시 서류부터 완벽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리모델링 진행과 시행 착오들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점은 계약 후 3개월이 지난 때였다. 나는 폐교의 원래 구조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내부 공간만 현대적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체육실은 강연장으로, 교실은 작업실과 회의실로, 교무실은 작은 카페 공간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공사는 생각보다 순탄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누수’였다. 지붕에서 빗물이 스며들었고, 내부 목재 벽체는 곰팡이로 가득했다. 예상치 못한 수리 항목이 계속 생겨났고, 예산도 처음 계획보다 30% 이상 초과됐다. 나는 일부 마감재를 직접 재활용 자재로 교체하고, 조명을 LED 직구 제품으로 바꾸는 식으로 비용을 절감했다.
공사 기간은 총 4개월이었고, 그 중 절반은 날씨 변수로 인해 지연되었다. 시골 지역 특성상 장비와 자재 수급이 늦어진 점도 큰 어려움이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과의 협업이 큰 도움이 됐다. 마을 분들이 재능 기부 형식으로 도와주신 덕분에, 페인트칠과 간단한 목공 작업 등은 예상보다 훨씬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하나의 공간을 되살리는 일은 결국 사람을 모으는 일’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주민들과의 관계가 좋아지면서 향후 공유공간 운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공유 공간 운영 1년 차, 변화와 현실
공사가 끝난 뒤, 나는 이 폐교를 ‘작은 로컬 문화 커뮤니티’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공예 수업과 독서 모임, 평일에는 원격 근무자들을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로 활용했다. 처음 3개월은 방문자 수가 많지 않았지만, SNS와 지역 커뮤니티 앱을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점차 자리가 잡혔다.
운영을 하면서 느낀 점은, 공간 자체보다 ‘콘텐츠’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리모델링이 잘 되어 있어도 사람들이 방문할 이유가 없다면 공간은 금방 잊히고 만다. 나는 주민 인터뷰를 통해 필요한 프로그램을 직접 조사했고, ‘마을 주민 대상 스마트폰 활용 교육’ 같은 수요 기반 강의를 개설했다. 이 전략이 적중하면서 평균 방문자 수는 두 배 이상 늘었다.
수익 측면에서는 대관료, 강의료, 팝업 전시 입점료 등을 통해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큰 수익은 아니지만, 공간을 유지하기엔 충분한 수준이다. 가장 큰 만족은 ‘이전에는 없던 문화 활동의 중심지’가 하나 생겼다는 점이다. 주민들도 이제 이 공간을 ‘우리 마을의 자산’으로 여기게 되었다.
폐교 리모델링, 공간이 아닌 가치를 재생하는 일
폐교를 공유 공간으로 바꾸는 일은 단순히 낡은 건물을 고치는 작업이 아니다. 이는 지역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회복 프로젝트’에 가깝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공간이 얼마나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될 수 있는지를 배웠다.
누군가는 이 프로젝트를 ‘돈이 안 되는 일’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간을 통해 마을이 바뀌고, 사람들이 웃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본 순간 모든 고생이 보상받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도 나는 이 공간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
폐교는 더 이상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그곳은 지역의 미래가 다시 시작되는 출발선일 수 있다. 만약 누군가가 폐교를 활용한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건 단순한 공간 재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폐교가 하나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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