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가 열리자 마을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 폐교를 공유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문을 열었을 때, 나는 마을 주민들의 반응이 가장 궁금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고, 외지인이 만든 공간이라는 이유로 거리감을 느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문을 연 이후, 그 걱정은 기우였다.
첫 주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호기심에 삼삼오오 찾아오기 시작했고, 일주일이 지나자 매일 아침 산책 후 이곳에 들르는 분들이 생겨났다. 나는 카페 코너를 소박하게 운영하면서, 차와 따뜻한 물을 항상 제공했다. 주민들은 이곳을 단순한 ‘새 건물’이 아닌 ‘함께 쓸 수 있는 공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마을 분위기’의 변화였다. 예전에는 사람이 모일 공간이 없어서 각자 집에만 머물렀는데, 지금은 폐교 공유공간에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예전엔 한 달에 한 번도 얼굴을 못 보던 이웃들이 매주 안부를 묻는 모습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변화는 청소년들이 이곳을 ‘자기만의 공간’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마을에는 PC방도, 문화시설도 없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방과 후 갈 곳이 없었다. 그런데 이 공유공간에 와서 조용히 그림을 그리고, 인터넷 강의를 듣고, 보드게임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폐교의 진짜 가치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을 모으는 힘’이라는 걸 깨달았다.
프로그램 운영으로 마을에 ‘리듬’이 생겼다
공유공간을 단순히 열어만 두면 오래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운영 초기부터 ‘프로그램 중심의 공간’으로 방향을 잡았다. 첫 두 달은 테스트 성격으로 소규모 독서 모임과 공예 클래스, 주민 대상 IT 교육을 진행했다. 반응은 생각보다 좋았다. 특히 어르신 대상 스마트폰 강의는 신청자가 넘쳐서 두 차례 추가 강의를 열어야 할 정도였다.
이후 프로그램은 매달 정기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월요일은 지역 예술가의 수채화 클래스, 수요일은 마을 건강 체조, 금요일은 청년 대상 창작 워크숍, 주말에는 가족 단위 영화 상영회를 진행했다. 이렇게 요일별 일정이 생기자 공간에 ‘리듬’이 생겼다. 방문자도 일회성이 아닌 정기적인 패턴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모든 프로그램을 단독으로 운영하지 않았다. 지역에 있는 청년 예술인, 귀촌한 작가, 은퇴한 교사 등 지역 인적 자원과의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 방식은 예산을 크게 줄여줬고, 무엇보다 지역과의 연결고리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마을 주민들도 강사로 참여하거나, 강사들과 가까워지며 프로그램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운영 6개월 차부터는 지역 농산물 판매와 연계한 ‘마켓데이’도 시도했다. 토요일 오전, 마당에서 열리는 소박한 장터였지만 방문객은 매주 늘었고, 서울이나 청주 등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프로그램이 쌓이면서 이 공간은 단순한 공유공간을 넘어 ‘문화 거점’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공유공간이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공유공간을 운영할 때 가장 큰 걱정은 ‘운영비’였다. 나는 시 예산과 공모사업 지원금으로 초반 리모델링 비용은 충당했지만, 이후 지속 운영을 위해선 수익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첫 수익원은 공간 대관료였다. 회의실과 강의실을 시간제로 대여했고, 마을 회의, 동호회 모임, 외부 소규모 워크숍에 활용됐다. 특히 평일 낮 시간은 주민 중심으로, 저녁 시간은 외부 단체 중심으로 운영해 이용률을 높였다. 대관료는 저렴하게 책정했지만 꾸준한 예약으로 월 고정 수익이 생겼다.
두 번째 수익원은 클래스와 워크숍이었다. 강의당 일정 비율을 운영비로 책정했고, 청년 강사들과 수익을 나누는 구조로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강사와 운영자 모두 만족도가 높았다. 덕분에 프로그램 운영도 자생적으로 계속 이어졌다.
세 번째 수익원은 기념품 제작과 소규모 로컬 브랜드 협업이었다. 공유공간에서 열리는 행사나 마켓에 맞춰 지역 농산물, 수공예품을 제작해 판매했고, 공간 안에 미니숍을 구성했다. 처음엔 실험적 시도였지만 점점 구매율이 높아졌고, 지금은 월 20~30만 원의 부가수익이 발생한다.
물론 수익만으로는 아직 100% 자립은 어렵다. 하지만 기본 운영비와 전기료, 소모품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고, 연 1~2회 공모사업으로 추가 자금을 확보하면서 지속가능성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운영 1년 차에 이 정도면 굉장히 고무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운영자의 삶도, 마을도 함께 변하고 있다
이 공간을 운영하면서 가장 크게 바뀐 건 내 삶의 방식이다. 예전에는 하루 대부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던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사람들과 함께 대화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계획을 짜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나는 단순한 공간 관리자에서 ‘지역 커뮤니티 기획자’로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다.
또한 나는 이 공간을 통해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폐교 공간은 커다란 물리적 공간이지만, 그보다 더 큰 ‘관계의 공간’이다. 주민들과 주기적으로 안부를 묻고, 청년들과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손님들과 함께 웃는 일상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크다. 공간이 사람을 살린다는 말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다.
마을 역시 바뀌었다. 이전엔 ‘젊은 사람이 없고 조용한 곳’이란 이미지였지만, 지금은 ‘뭔가 해보려는 에너지가 있는 곳’이라는 말이 들려온다. 작지만 생기가 흐르고, 아이들이 웃고, 외부인이 오며 교류가 일어나는 공간이 마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민들은 자긍심을 갖기 시작했다.
향후 계획도 분명하다. 공간을 복합문화플랫폼으로 확장하기 위해 인근 unused 공간을 추가로 연결할 계획이고, 온라인 아카이빙 시스템을 구축해 공간의 활동을 외부로 공유하려 한다. 이 모든 변화는 폐교라는 공간을 ‘가능성의 장소’로 바라본 시선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앞으로도 이 공간을 통해 ‘지속 가능한 마을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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