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의 버려진 운동장에 삶의 온기가 다시 깃들다
학교는 단지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 그 이상이다. 학생들의 뛰노는 소리, 아침 조회의 풍경,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드는 마을의 중심 공간이었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전국적으로 폐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지역 사회에서 학교가 사라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교실뿐만 아니라 운동장도 함께 방치되거나 폐쇄되며, 공간의 생명력은 서서히 소멸되고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몇몇 지역에서는 폐교된 학교의 운동장을 다시 지역 주민의 쉼터로 되살려낸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더 이상 아이들의 체육시간이 열리지 않는 그곳에서, 이젠 노인들의 산책길이 열리고, 아이들의 자전거 바퀴가 구르고, 젊은 부부의 개가 뛰논다. 폐교 운동장이 지역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이 변화는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공동체의 유대감 회복과 지역 재생의 핵심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글은 그러한 운동장이 어떻게 되살아났고, 누가 그 회복을 이끌었으며, 그 결과로 어떤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구체적으로 탐색한다.
폐교 운동장 방치는 왜 문제가 되었는가
학교가 폐교되면 가장 먼저 바뀌는 풍경은 운동장이다. 철조망이 쳐지고, 잡풀이 자라고, 흙먼지가 바람에 흩날리면서 생기 없던 공간으로 전락한다. 주민들은 더 이상 그곳에 들어갈 수 없고, 공간은 시간 속에 서서히 잊히게 된다. 실제로 경북 내륙의 한 폐교 운동장은 8년 넘게 방치되면서 불법 쓰레기 투기장으로 전락했고, 해마다 여름이면 해충이 들끓는 문제로 인근 마을의 고질적 민원 대상이 되었다. 폐교 운동장은 면적이 넓은 만큼 유지 관리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지자체는 손을 놓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운동장은 단순한 땅이 아니다. 그곳은 한때 어린이들의 땀과 웃음이 고였던 장소이며, 지역의 중심적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운동장이 닫히는 것은 단순한 시설물의 사라짐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역 주민이 마을과 단절되는 과정을 상징한다. 사회적 접촉면이 사라지고, 마을 행사나 주민 간 소통의 장소가 없어진다는 것은 공동체의 기능 저하로 직결된다. 이렇듯 폐교 운동장의 방치는 도시 재생 관점에서 분명한 문제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러한 점에 주목해, 운동장을 주민 친화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다시 살아난 운동장, 마을 공동체를 다시 잇다
폐교 운동장을 지역 쉼터로 바꾸는 움직임은 대체로 주민의 자발적인 의지에서 출발한다. 충남 예산군의 한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방치된 운동장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마을 이장은 폐타이어로 경계석을 만들었고, 주민들은 함께 제초작업을 하며 평소에는 소통하지 못했던 서로의 안부를 묻게 되었다. 이 운동장이 다시 열린 후, 이곳에서는 마을체육대회가 열리고, 봄에는 벚꽃길 산책로로 변모하여 외부 방문객까지 유입되었다. 또 다른 사례는 전북 남원의 한 폐교 운동장이다. 이곳은 청년 단체와 협업하여 ‘야외 마을극장’으로 탈바꿈되었고, 매달 마지막 주에는 지역 예술가들이 작은 공연을 연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어른들은 돗자리를 깔고 함께 영화를 본다. 공간이 살아나자 마을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마을 청년회가 부활했고, 귀촌한 젊은 가족들이 마을 공동체 행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공간은 단지 물리적 존재가 아니라, 관계를 만들고 의미를 확장하는 매개체임을 증명해낸 것이다. 특히 운동장이라는 넓은 개방 공간은 세대 간 경계를 허물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포용적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더욱 크다.
폐교 운동장이 지역 사회에 던지는 의미
폐교 운동장이 지역 주민의 쉼터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단순한 환경 미화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주민의 손으로 마을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공동체의 기능을 복원하는 과정이다. 공간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협업이 생기고, 공동의 목적 아래 서로 도와가며 일하는 경험은 공동체 결속을 강화시킨다. 또한, 폐교 운동장을 활용한 공간 재생은 행정적 지원 없이도 가능한 ‘저비용 고효율’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작은 정비만으로도 큰 변화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앞으로도 더 확산될 필요가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는 주민 주도의 자발적 공간 복원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폐교 운동장은 과거의 흔적이자, 미래의 가능성이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왔던 운동장이 이처럼 지역의 생활 인프라로 되살아난다는 사실은, 단절된 시간을 이어주는 희망의 증거다. 폐쇄된 공간이 다시 열리면서, 지역민들은 더 이상 ‘버려진 마을’에 살고 있다고 느끼지 않게 된다. 삶의 일부가 복원되며, 일상의 기쁨이 다시 일어난다. 이제 폐교 운동장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그 운동장에서 다시 시작된 삶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공동체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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