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직접 경험한 폐교 리모델링: 공사, 허가, 예산까지 총정리

meat-mandu 2025. 6. 29. 21:59

폐교를 리모델링하기 전,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들

폐교를 리모델링하려면 단순히 '건물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폐교를 리모델링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한 건 ‘서류’와 ‘정보 부족’이었다.
우선 폐교의 소유권부터 확인하는 게 첫 단계다. 내가 눈여겨본 폐교는 도 교육청 소속이었고, 사용 신청은 교육청 시설과를 통해 진행해야 했다.

 

폐교를 리모델링 하기 전 준비해야 할 것들

 

나는 시청과 교육청을 오가며 3주간 현장 방문과 행정 상담을 반복했다. 폐교를 활용하려면 ‘사용 목적’이 명확해야 했고, 공공성 여부에 따라 임대 가능 여부가 갈렸다.
내 경우는 문화예술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었기에 비교적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계획서’다.
나는 공간 활용 계획서, 예상 도면, 지역 기여 방안, 운영 계획서 등을 포함한 20페이지 분량의 기획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 경험이 없던 나는 굉장히 힘들었지만, 결국 기획이 곧 허가로 이어지는 열쇠임을 깨달았다.

또한 지역 주민과의 사전 소통도 중요했다. 나는 마을 이장을 먼저 찾아가 공간 활용에 대한 협조를 구했고, 마을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리모델링 계획을 설명했다.
이 단계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면 이후 운영 단계에서 큰 난관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을 절대 건너뛰어선 안 된다.

 

 

건축 허가와 행정 절차는 이렇게 진행했다

폐교 리모델링에서 가장 까다로운 과정 중 하나는 바로 건축 관련 인허가다.
폐교는 대부분 학교 시설이기 때문에 '교육시설'로 분류되어 있다.
이 공간을 문화공간이나 상업 공간, 공유오피스로 변경하려면 '용도변경' 절차를 밟아야 한다.

나는 지역 건축사무소에 의뢰해 기본 도면을 만들었고, 건축사와 함께 관할 시청 건축과에 용도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이때 필요한 서류는 다음과 같다:

  • 기본 설계도면
  • 건축사 서명 도면
  • 안전진단 결과
  • 구조 검토 보고서
  • 소방 안전 계획서
  • 에너지 절감 계획서 등

특히 나는 소방청으로부터 소방설비 기준에 맞는 추가 설계를 요청받았고, 그 과정에서 비용이 약 300만 원 증가했다.
또한 학교는 면적이 넓기 때문에 1종, 2종 구조 기준을 넘기면 환경영향평가나 정화조 설치 기준도 맞춰야 했다.

건축과와의 협의는 3차례에 걸쳐 진행되었고, 각 부서(소방, 위생, 환경, 도시계획)의 검토를 거쳐 최종 허가를 받는 데 약 2개월이 걸렸다.
허가가 나기 전에는 어떤 공사도 시작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전기와 수도 관련 인입 신청도 필요했다.
나는 한국전력과 관할 상수도사업소에 신청서를 제출했고, 현장 점검을 통해 공급 가능 여부를 확인받은 후 승인받았다.
이 절차는 기술적인 부분보다 절차 자체가 생소해서 시간이 걸렸으며, 전문가 도움 없이는 어려운 단계였다.

 

 

실제 공사 단계에서 벌어진 예상 밖의 변수들

공사에 들어가기 전, 나는 예상 공정표와 예산안을 세웠다.
하지만 실제 공사에 돌입하면서부터 예상과 전혀 다른 변수들이 쏟아졌다.
가장 먼저 문제된 건 누수였다.
기존 지붕은 석면 슬레이트로 구성되어 있었고, 여러 해를 비바람 맞으며 틈이 많이 생겨 있었다.

나는 우선 석면 검출 검사를 의뢰했고, 다행히 기준치 이내였지만 지붕 전체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붕 교체에만 1,500만 원이 들었고, 이로 인해 전체 예산도 크게 변경되었다.
또한 바닥 콘크리트는 일부 구간이 부식되어 있어 재시공했고, 창문도 모두 이중창으로 교체했다.

내부 공사는 총 3개 구역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 1구역: 사무/회의 공간
  • 2구역: 카페형 라운지
  • 3구역: 다목적 작업실

벽체 마감은 친환경 도료를 사용했고, 기존 나무 창틀은 그대로 살리되 깨진 유리만 교체했다.
전기 설비는 전체를 새로 인입했으며, 전등은 LED로 교체하고, 일부 전선은 바닥 매립 방식으로 시공했다.

또한 체육관은 단열 시공이 되지 않아 겨울철 사용이 어려웠기 때문에, 내벽에 단열재를 추가로 시공했다.
난방은 기존 보일러 대신 히트펌프 시스템을 설치했고, 이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800만 원 정도 발생했다.

공사 기간은 당초 60일이었지만 총 92일이 소요되었다.
자재 수급 지연, 날씨 변수, 지역 업체와의 일정 조율 등이 영향을 줬고, 무엇보다 ‘작은 결정들이 쌓여 전체 공정에 영향을 준다’는 걸 실감했다.

 

 

예산과 비용 구조, 그리고 운영을 위한 조언

리모델링 총 예산은 처음에는 5천만 원으로 계획했지만, 최종적으로 7,800만 원이 들었다.
예산 구성은 다음과 같다:

  • 구조보강 및 지붕 공사: 1,500만 원
  • 내부 마감 및 인테리어: 2,000만 원
  • 전기/수도 설비: 1,200만 원
  • 소방/단열/난방: 1,300만 원
  • 가구 및 집기류: 1,000만 원
  • 기타 허가 및 설계비용: 800만 원

예산은 문체부 지역문화조성 공모사업으로 4천만 원을 확보했고, 나머지는 군청 지원금과 개인 자부담으로 충당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한 가지를 분명히 배웠다.
‘계획한 예산은 반드시 초과된다. 여유분을 반드시 확보하라.’
내가 예비비 10%를 따로 확보하지 않았다면 공사 중단 사태를 겪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운영 시작 이후에도 유지비가 꾸준히 든다.
전기료, 수도료, 청소용품, 인건비, 프로그램 운영비까지 합치면 월 60~80만 원 정도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규모 대관료, 클래스 운영, 마을단체 협약을 통해 운영비 일부를 충당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언하고 싶은 건, 리모델링을 시작할 때 ‘이 공간을 왜 만들고 싶은가’를 끝까지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과 절차, 변수에 시달리다 보면 처음의 비전이 흐려지기 쉽다.
나는 그럴 때마다 이 공간을 통해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변화가 생길지 떠올리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