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폐교 운동장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한 마을 자립 에너지 실험기

meat-mandu 2025. 7. 18. 14:02

잊힌 운동장에서 시작된 태양의 혁명: 폐교가 에너지 독립의 상징이 되기까지

언젠가 아이들이 뜀박질하던 운동장에 지금은 태양이 전기를 쏜다. 바람결 따라 흙먼지가 일던 폐교 운동장은 이제 햇빛을 전기로 바꾸는 태양광 패널의 바다로 변했다. 과거엔 웃음소리로 가득하던 공간이, 현재는 마을 전체의 전력을 책임지는 자급자족의 거점이 된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건물 활용이 아니라, 대한민국 농촌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지속 가능성과 생존력, 그리고 공동체의 자율성이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 이뤄지는 이 실험은, ‘버려진 공간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낸다.

 

잊힌 운동장에서 시작된 태양의 혁명: 폐교가 에너지 독립의 상징이 되기까지

 

폐교는 더 이상 과거의 흔적이 아니다. 한 지방 마을은 이 버려진 공간을 되살리기 위해 기술과 공동체의 힘을 결합했다. 태양광이라는 기술은 도시에선 흔하지만, 마을 단위에서 독립적으로 설계·운영되는 모델은 매우 드물다. 왜냐하면 대부분은 대기업 중심, 외부 자본 중심의 수직적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마을은 달랐다. 주민이 직접 설계에 참여하고, 시공도 일부 공동체 노동력으로 해결하며, 수익 분배까지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설계했다. 이건 기술이 아닌 철학의 문제였고, 그 철학은 마을의 자립과 존엄에 대한 선언이었다.

 

 

기술은 빌려오되, 운영은 우리가: 폐교 운동장을 자립 에너지 기지로 바꾼 과정

프로젝트의 시작은 단순했다. 지자체는 버려진 폐교에 대한 관리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유지비용은 계속 들어가는데, 활용도는 0%에 가까웠다. 그때 제안된 아이디어가 바로 ‘태양광 발전소 전환’이었다. 운동장은 넓고 평평하며, 일조량이 뛰어나다. 게다가 이미 마을 소유 혹은 공유재산으로 등록되어 있어, 추가 취득 비용도 없었다. 이보다 더 이상적인 태양광 부지는 없었다. 주민들과의 설명회가 시작되었고, 처음엔 “우리 마을 경치 망가지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투명한 과정과 주민 참여 설계 덕분에 반대는 점차 사라졌다.

기술 설계는 국산 470W급 고효율 단결정 패널로 결정되었고, 전력 생산량은 일 평균 약 850kWh 수준으로 설계됐다. 이 수치는 마을 내 48가구의 평균 하루 전력소비량을 거의 커버하는 수준이다. 진짜 주목할 점은 이 시스템의 운영 방식이었다. 발전 수익의 60%는 마을 공동 기금으로 환원되었고, 나머지 40%는 ▲저소득층 에너지 보조금 ▲노인 냉난방비 지원 ▲공용 창고 냉장시설 유지비 등으로 활용됐다. 유지보수 인력은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마을 청년 두 명이 고용되어 담당했다.
“우리가 햇빛으로 살아간다.” 이 말은 시적인 표현이 아니다. 전기를 사서 쓰던 존재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주체로 바뀌는 일은 그 자체로 지역의 권한 이동이며, 경제적 독립의 시작이다.

 

 

에너지 자립은 기술이 아니라 감각이다: 마을이 움직인다는 것의 의미

마을 전체가 살아난다. 폐교 운동장의 태양광 발전소는 단순히 전력을 공급하는 곳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이 다시 연결되는 지점이다. 운영 회의는 매달 열리고, 전력 생산량을 함께 점검하며, 수익을 어디에 쓸지 토론한다. 이 회의에는 노인도, 청년도 함께 참여한다. 전에는 말을 섞지 않던 세대가 에너지 문제를 두고 같은 자리에 앉는 순간, 마을은 기술적 진보 이전에 사회적 재결합을 이룬다. 기술이 사람을 소외시키지 않고, 사람을 붙잡아 두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반드시 이런 ‘참여 구조’가 필수다.

놀라운 사실은, 이 운동장 기반 에너지 자립 모델이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을에서는 ‘햇빛 영화제’를 연다. 태양광 발전으로 얻은 전기로 프로젝트를 돌려, 여름 밤 운동장에서 야외 상영회를 연다. 전기료 0원, 조명도 햇빛으로만. 아이들은 태양이 만들어준 영화관을 경험하고, 어른들은 자립이라는 개념이 감정적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기술이 아닌 감각. 그것이 이 실험의 핵심이다. 폐교라는 구조물은 더 이상 교육의 끝이 아니라, 지역 생태계가 시작되는 지점이 된다. 그것도 ‘햇빛’이라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자원을 통해서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자원의 창출 새로운 마을의 경제적 자립의 발판을 만드는 에너지 자립의 감각적인 기술이다.

 

 

전국으로 확산 가능한 폐교 에너지 모델: 우리는 더 이상 중심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는 2025년 현재, 약 3,300개가 넘는 폐교가 존재한다. 이 중 70% 이상은 운동장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놀이터가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가능 부지이기도 하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다. 기술은 이미 있다. 핵심은 그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이다. 대기업이 들어와 설치하고, 수익은 외부로 빠져나가는 방식은 이미 전국 수십 곳에서 갈등을 일으켰다. 이 마을의 모델은 다르다. 폐교라는 기억의 공간을, 미래를 만드는 공간으로 승화시킨다. 그리고 그 중심엔 ‘주민’이 있다.

이 모델은 전국 어디에나 적용 가능하다. 지자체는 공간을 제공하고, 마을은 운영을 맡으며, 금융은 협동조합이나 지역신용기금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이 구조는 단지 에너지 수급 문제를 넘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교육, 청소년 참여 프로그램, 마을 생태관광까지 확장된다. 태양광만 설치하고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건 ‘지역이 스스로 살아가는 권한을 회복하는 것’이다. 폐교는 그 시작점일 뿐이다. 언젠가 더 이상 ‘폐’라는 단어조차 붙지 않을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오면, 우리는 이 이야기를 이렇게 부르게 될 것이다.
“빛으로 되살아난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