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 없는 폐교 창고에서 자란 건 단순한 버섯이 아니었다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한 폐교. 학생이 떠난 지 15년이 넘은 이 학교는 그동안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공간 유령’이었다. 운동장은 풀밭이 되었고, 건물은 비둘기의 보금자리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2024년 봄, 학교 지하 창고에서 묘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흙냄새와 수분, 그리고 은은한 훈연향. 그곳엔 농기계도, 햇빛도 없었다. 대신 잘게 잘린 톱밥 위에 하얗고 둥근 버섯들이 자라고 있었다.그 농장의 주인은 32세의 청년 농업인 류지훈. 그는 도심 속 미사용 공간을 활용한 '버섯 도시농업 시스템'을 실험 중이었다. 폐교 운동장과 옥상에서의 농사에 이어, 이제는 폐교 내부의 어둠조차 생산성 있는 공간으로 전환하고자 했다. 그는 폐교 지하 창고의 ..